16.
‘신동아K’를 말하다. (3)
전문 전체본을 모두 이어 싣는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첫 단계의 불가피하고 당연한 첫 자료이기에 싣는 것이다. 그러니 예단(豫斷)하지 마시고 이야기의 초반부를 시작하는 연재의 첫 머리부분이구나 생각하시고 볼 필요가 있다. 사실이 그렇다.
인터뷰 내용은 책자로 나온 그것과는 꽤 다른 각도에서 볼 부분들이 많다. 그는 2월의 인터뷰에서는 ‘자기부인’을 했다. 1월에 했던 이 인터뷰와는 달리 2월에는 박대성을 미네르바로 만드는 공작은 가열차게 진행되었던 때였다. 그는 커밍아웃하고 난 이후 바로 사라졌다. 문제는 이 남겨진 인터뷰를 어떻게 하는가 하는 점이었지만, 동아일보사는 그대로 이를 묵살하고 말았다. 7시간 이상에 걸쳤던 인터뷰 내용이 아니라 ‘나 아닙니다’라고 했던 10초의 이야기를 근거로 해서 모든 것을 그에 맞추어 정리해버린 것이 가능한가?
그 불가사의했던 정리의 과정들에서 나는 몹시 의아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가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던가? 더욱이 박대성이 가짜라는 여러 직간접의 증거까지 확보했던 상태에서도 그랬다. 나는 취재영역에 있는 그들이 아니니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월의 이 인터뷰 이전 이미 다른 어떤 언론사에서는 이 인터뷰의 내용이 딱 여기까지만-거의 이렇게 가는 것까지도-나올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그 ‘그룹’의 다른 이를 접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정황도 동아일보사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서둘러 이 모두를 지우개로 지우듯이 그렇게 덤벼들어 지우고자 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아주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그와 관련된 글은 여러 편이 있긴 하다. 이 부분은 나와의 채팅 기록으로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전혀 공개되지 않은 많은 부분들을 뒤에서 재정리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시점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 가운데서는 전체 맥락에서 정확하다 싶을 정도로 옳은 것도, 혹은 정책적인 방향 설정이 바뀌면서 약간씩 차이가 나는 점도 있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어떤 한 사람의 시각에는 다양한 정보가 들어가 있고, 그것이 재가공되는 단계에서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또한 미네르바 필명이 한 사람만의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점도 감안하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특히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면서 등장한 ‘고구마 파는 늙은이’는 앞서의 글과 패턴이 확실히 다르다.
더불어 이 인터뷰가 진행된 것이 1월 14일 저녁부터 1월 15일 사이라는 점에서 과연 그 시점 박대성과 검찰은 당시 어떤 ‘언어’를 사용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중언 부언, 문장이 단문인지 복문인지 혼성문인지조차 구분되지 않는 말을 쭉 이어 붙이려 노력하는 그 ‘언어’를 감안해서 보라.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건지 말건지는 전적으로 관찰자의 몫이다. 그 판단이 결국 사회지식의 척도를 말해주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이 ‘척도’는 지금도 앞으로도 내내 우리에게 아주 커다랗고 무거운 ‘짐’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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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어지는 부분
- 통화스와프가 체결되기 전에 이미 통화스와프를 해야 한다고 글을 썼죠? 그 때 체결주체가 IMF라고 하지 않았나요? 실제로는 중앙은행인데…
“원래는 IMF가 맞죠. 한미 통화스와프의 경우, 사실 300억 달러 중에 미국에서 100% 300억 달러가 들여오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정부는 이중 50억불 정도는 IMF에서 조달해 왔고 나머지는 미국 FRB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그건 거짓말입니다. IMF가 150억불, 나머지는 미국 FRB죠. 정부에서는 최대 550억불까지 끌어다 쓸 수 있다고 발표합니다. 지금 한도가 거의 소진되어 가죠. 거의 끝나가니까 추가적으로 무제한으로 확대하자고 정부에서 얘기하는 건데 논리적으로 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IMF에서 자금조달 했다는 것도 미심적은 게 뭐냐면, 파키스탄이나 라트비아도 구제금융 조달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IMF도 이미 자금 고갈 상태에요. 캐쉬머니는 항상 흐릅니다. 흘러요. 결국 일본이 IMF를 움직이지 않았으면 지금 어떻게 이런 자금이 우리에게 조달됐느냐는 게 제 생각이고 의문입니다.
그 다음으로 한일 통화스와프, 한중일 통화스와프 얘긴데요. 사실 원화는 국제 상거래 시장에서 받아주질 않아요. 통화스와프라는 게 결국은 화폐 맞교환인데 원화는 맞교환해주지 않아요. 통화되지 않는 돈을 누가 교환해줍니까 결국 여기에는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가정이 가능합니다. 미국은 이미 설명 드렸고 한일 통화스와프를 한 번 보죠. 세계 기축통화는 달러입니다. 엔화를 들여오더라도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교체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넘쳐난다지만 원화를 누가 바꿔주겠어요. 안 바꿔 줍니다. 바꿔줄 국가도 없구요. 중국 위안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안화도 평가절상 했었는데 국제통화로서 큰 역할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과 통화스와프는 외환 보유고를 확충하기 위한 달러스와프가 맞지만 나머지 부분은 실제로 좀 의아스럽다는 거죠.”
- 몇 가지만 더 얘기하죠. 아고라에 왜 글을 올렸나요? 그 많은 글을.
“저는 그렇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천민으로서 가진 자보다는 힘없고 굶주리고 배고픈 이 시대 많은 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습니다. 미래에 닥쳐올 위험성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루 빨리 펀드 환매하고 개인적 차원에서 살길 찾아라.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글을 썼죠.”
- 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사익을 취한 적은 없다?
“난 돈 백원이라도 제가 사익을 취했다면 제가 그런 글을 쓸 수 없었겠죠. 저도 어렵게 고생하며 컸고, 학창시절에 막노동도 해봤고 해외에 나가서 배를 굶어본 사람입니다.”
-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했나요?
“저는 공부를 위해 나갔던 거죠. 그렇다고 학위를 받은 건 아닙니다. 경제형편이 안 되어서. 국제금융 더 배우기 위해서 실무적 경험을 많이 했어요. 여행하면서 만난 외국 친구들을 보면 알게 되요. 금융에 관심이 많고 투자하는 친구들 알게 되어서 파운드화 거래도 많이 해보고 그런 과정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거죠.”
- 멤버인 7명 모두 사익을 취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같은 생각입니까?
“사익 취하지 않는 건 7명 다 마찬가지입니다. 금융 파생상품에 투자했다면 돈을 많이 벌었겠죠. 아고라에 그런 글도 많던데요. ‘미네르바 말대로 풋옵션 투자하고 선물환 매도했으면 초대박 났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한 적 없어요. 저는 개인적인 이익 취하기 위해 글을 쓴 게 아닙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아니었으면 시간을 투자해 가며 뭐하려고 글을 올렸겠어요. 분석해서 글 올리는데 상당히 시간 많이 걸립니다. 지표 하나 분석하는 것도 일일이 외국 자료 검색해야 하구요.”
- 신동아 기고 후 글을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신동아에 글을 쓴 후 한 번도 아고라에 글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11월 절필 선언한 후엔 글 안 썼습니다. 다만 다른 멤버 중 누군가는 글을 올렸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럴 개연성은 있지 않겠어요? 다만 그 사람들의 신원은 공개돼선 안 됩니다. 만약 공개되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 오늘 인터뷰에 대해 멤버들과 상의했나요?
“멤버들은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알려지고 나면 제가 상당히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충돌이 많이 벌어질 것 같아요.”
- 오늘 인터뷰는 처음 5~1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긴 인터뷰가 된 것은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기 때문인가요?
“스트레스라기 보다는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박대성씨가 12월 29일 올린 글 ‘대정부 긴급공문발송’ 대문에 저도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남의 아이디 해킹 한다더니 사실이구나. 그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리를 찾기 위해서 한 일도 아닌데 리먼 파산을 예측한 것이 문제가 커진 결정적인 사건이 됐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통화스와프 문제는 개인적으로 당연히 IMF에서 해올지 알았지 중앙은행 간에 할지는 알 수가 없었죠. 강만수 장관이 뉴욕으로 갈지 IBRD로 갈지 IMF로 갈지 알 수가 없죠. IMF 사태 때처럼 IMF와 할 거라고 예상만 한 거죠. 사실 저는 위기의 본질을 외환위기라고 봤으니까요.”
- 신동아 12월 기고 당시 조건이 있었죠. 신동아 기고 이후엔 앞으로 글 안 쓰겠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 달라. 녹취는 안 된다. 향후에 글이 나오면 같은 아이피라고 하더라도 내 글이 아닌 것으로 알아 달라. 보기에 따라서는 어떤 그룹에서 보스가 자신의 자리를 양도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더 이상 정부와 맞선다는 개념이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마치 맞선 것처럼 행위가 됐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약속을 한 겁니다. 과연 정부는 국민의 요구사안에 대해, 요구수준을 100으로 잡을 때 10만이라도 귀를 기울였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불안감도 많았구요.”
-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면 습관적으로 ‘크르릉, 크릉’ 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냥 해본 겁니다. 사실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간도 안 좋고 혈압도 안 좋고. 이번 일로 건강상의 막대한 피해도 입었죠. 하고 싶었던 것도 못했고.”
-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예상이 맞다 틀리다가 문제가 아니고 경고를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제발 더는 당하지 말자. 왜 당하느냐, 당하기 전에 미리 선제적으로 정부가 대응을 해라. 예금 못 찾아 발 동동 구르고 자살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왜 모면할 수 있는데 위기를 모면하려 노력하지 않느냐. 주가지수 1900 포인터에서 왜 주식을 못 팔았나. 그 때 팔아서 900 포인터에 다시 사 1200포인트에서 팔았으면 최소 50% 많게는 100%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투자의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에게 너무 기대감만 심어주었어요. 747공약, 5년 동안 경제성장 7%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747 공약은 정반대로 갔죠. 경기흐름이 역패턴으로 갑니다. 전 세계는 지금 새 성장산업에 집중 투자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가부채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부동산만 살리겠다고 말합니다. 이쯤되면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아니고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입니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페러다임이 변합니다. 내가 얼마전 투자자문 컨설팅 해주는 분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앞으로 블록경제가 됩니다. 신 브랜튼우즈체제로 변합니다’ 라구요. 사실 세계 대공황은 미국 작은 시골에서 시작돼 번져 나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일통화입니다. 달러가 휴지가 되면 모든 세계경제 기반이 일시에 무너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앙은행의 달러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행되는 대외채무는 결국 국민들이 져야 합니다. 게다가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 자금을 풀었다고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개인에게 신용대출도 안 해줍니다. 또 한 가지, 대한민국의 경우 은행 저축률이 상당히 낮습니다. 제가 대략적으로 알기로는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중국은요, 예금율이 45%를 차지합니다. 부동산 투자가 51%예요. 중국인들은 문화적 툭성이 일단 은행에 저축하자, 나중에 돈 없게 되면 고리사채라도 쓰자는 식입니다.”
- 중국 경제를 너무 긍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중국은 저축률이 그렇게 높은 데도 중국 GDP 성장율이 상반기 13%, 4분기 3.5%로 천당에서 지옥으로 온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를 왜 낙관적으로 보느냐.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국가재정이 탄탄해요. 모임에서도 그런 얘기 많이 했는데 미국과 중국이 똑 같은 경제위기 상황을 맞는다면 누가 빨리 극복하겠습니까. 저는 중국이 빠르다고 봤습니다. 국가재정이 탄탄하면 추가적 자금방출로 위기를 회복시켜 줄 수 있어요. 중국 부동산 가치 떨어진다고 버블위기라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분석입니다. 중국은 토지를 국가가 소요하고 개인기업에 임대형식으로 팝니다. 최종적으로는 국가소유입니다.”
- 박대성 구속을 보면서 심경에 변화가 있었나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물론 이런 위기상황을 초래하고자 한건 아닌데 엉뚱한 놈이 미네르바 라고 주장하고 모든 걸 다했다고 하고 내가 글을 게재했던 신동아마저 여기저기서 공격을 받는 상황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흘러가면 종국에는 어떤 결과가 나오냐면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것은 이미 정부도 인정을 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외신보도를 보면 미국 대통령이 된 오바마가 가장 싫어하는 게 환율조작이랍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통화스와프도 만기연장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통화스와프 만기가 4월 중순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지금 당장 갚아야 하는 은행외채만 1300억 달러입니다. 다른 거 다 제쳐 두자구요. 시중은행 외채만 1300억달러에요. 정부가 부동산을 살리겠다고 발을 벗고 나선 이유도 바로 그런 겁니다. 부동산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갚아야 할 외채 금액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건 결국 통화를 포기한다는 겁니다.”
- 정부가 통화를 포기한다?
‘무리한 부동산 개발과정에서 통화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무가베 체제의 짐바브웨처럼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통화량이 증가해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실질소득은 줄어들어요. 토목 공사에는 정부예산이 들어가는데 이게 또 통화량 증가요인이 되죠. 게다가 그만큼 국민들에 대한 세금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설사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법인세 등 세금을 내린다고 해도 이것은 가진 자들에 대한 혜택이지 중상공인에 돌아가는 혜택은 없어요. 당장 설도 다가오는데, 2008년 설 대비 제수용품 마련하려면 들어가야 할 돈이 작년보다 배가 늘었어요. 지금 원화가치는 그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 정부는 소비 촉진을 위해 은행에 돈을 풀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소비 촉진하고 하는데 소비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소득이 실질적으로 줄었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돈이 없는 겁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가계부 쓰고 싶어도 가계부 자체가 적자인거죠. 은행가서 대출이자 낮추어 보려고 하는데 그것도 잘 안됩니다. 금리인하 했다고 하는데 금리 인하효과가 나오는 데는 3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게다가 은행들은 돈을 풀지 않습니다. 정부가 은행의 총액대출한도를 인하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또 다시 실패를 경험하지 않겠다’며 대출을 늘리지 않습니다. PF 때문에 BIS 10% 선이 다 무너진 것도 이유죠.”
- 그래도 경상주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로이터가 한국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죠.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전환을 얘기하죠. 3개월 연속. 그런데 어리석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수출이 줄어드니 수입도 따라서 줄어든 겁니다. 그것 대문에 일시적으로 흑자전환된 것처럼 보이지만 대중국 수출까지 이 상태로 가게 되면 지금 단기간에 흑자전환 한 게 전부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국내 해운업, 얼마 전 저는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갔다 줄어든 물동량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컨테이너는 작년 12월 이미 그렇게 됐고 벌크선도 세계적 소비경기 침체가 가속화되어 비록 수입은 증가했지만 주로 석탄, 무연탄, 국제 곡물 등이더군요. 12월초 한 멤버에게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뭐에 투자할까요’ 묻길래 ‘금과 농작물에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쌀이나 대두는 그 때가 바닥이었어요. 지금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죠. 세계적으로 유류 소비도 많이 줄었습니다. 미국만 해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계절적 수요만 보더라도 증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줄었어요.”
- 그 동안 글을 쓰면서 잘못된 부분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HSBC를 중국계 은행이라고 표현했는데 단순 실수인가?
“실수였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멤버 중 한 명이 썼는데 오타로 정정해 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신원 문제에 대해, 나이 정도는 얘기해도 되지 않나?
“내가 공개되면 나머지 사람들이 다 걸립니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다 구속감입니다. 여기에 온 것도 두려운 마음이 큽니다. 길가는 사람이 쳐다보는 것까지도 두려운 나머지 대중교통도 이용 못하고 택시 이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정부에 맞서고자 글을 쓴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재무컨설팅, 투자분석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 현재 직장 생활하고 있나요?
“직장 그만 두고 나왔습니다. 프리랜서로 경제활동 합니다. 직장은 세 군데 다녔구요. 금융 기관이고 전부 국내기업입니다.”
- 일본 싱가폴 홍콩 등 국제 금융회사 경력은 없나요?
“여행은 많이 했어도 외국에서 기업에 속해 일한 적은 없습니다. 미국보다는 유럽 쪽을 많이 다녔습니다. 파운드화 거래 경험도 있는데 간접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대학 재학 중 인턴 생활도 해봤구요. 전공은 금융 쪽이 아닌데 금융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주식투자도 했구요. 멤버들도 모두 비슷합니다. 친인척 중에 국책은행에 근무하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그 사실이 알려지면 가만히 안 두겠죠.”
- 이번 일이 어떤 식으로 끝나길 바라나요?
“원하는 것은 정부가 경제정책 실정에 대해 인정하고, 경제팀 자체를 위기내각으로 꾸려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입니다.”
- 위기관리팀은 이미 만들지 않았나요?
“지하벙커에 만든 것 말이죠. 저는 그것으로 안 된다고 봅니다. 외환위기 당시 극복에 참여한 당사자들을 불러내 이들을 중심으로 개각을 단행하고 유능한 사람을 앉혀서 위기를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천민들에게 신뢰감을 안겨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인기영합 정책을 펼 게 아니라 굳건하고 강건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솔직해 지기를 바랍니다.”
- 결혼은 했나요?
“결혼 안 했습니다. 가족은 있지만 따로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도 모두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던 시골에 땅이 있는데, 내 앞으로 되어 있는 땅도 있어서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수확도 하고 판매도 합니다. 그렇다고 기업농은 아니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에서 조그마하게 하는 정도입니다. 로이터 등에 아는 기자가 있지만 밝힐 순 없습니다. “
- 검찰이 밝힌 IP 주소문제에 대해……
“멤버들과 IP 주소를 공유해서 썼습니다. IP 주소는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합니다. IT 분야에 대해 조금만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자취방에서만 미네르바 이름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박대성씨가 IP 주소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7인의 멤버들 간에 정기적인 모임은 있나요?
“해외에서 좋은 책이 발간되면 사 와서 나눠주고 하는 식으로 만나왔습니다. 주말에 주로 모였는데 중간에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모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탈한 사람도 있고,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 7명이 모두 수도권에 거주하나요?
“대부분 그렇습니다.”
- 미네르바가 추천한 책 중에는 절판된 책도 있던데…
“어떤 책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최초로 글을 올린 건 언제입니까?
“아고라에 글을 처음 올린 것은 대통령 선거 이후니까 2007년 12월 말입니다….”
- 아고라 처음 가입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언제쯤…
“2005년 경입니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안 나네요.”
- 미네르바 라고 필명을 정한 이유는?
“헤겔 법철학에서 ‘미네르바는 새벽에 날개짓을 한다’는 문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독일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습니다. 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이고 통찰력이 있고 신으로서의 인간에게 현명한 상황판단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신이 아닌가요. 그래서 필명을 삼았습니다. 그리스에서도 그런 표현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 요즘 본 책 중에 재미있게 본 책은 무엇인가요?
“대공황. 예전에 봤던 책인데 다시 읽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와 관련된 책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 본인이 쓴 글에 달리는 댓글을 잘 보나요?
“잘 안 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이라고 봅니다. 군사정권이 생각나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칠레의 피노체트가 많이 하던 것, 경제상황을 잘 맞췄다고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포퓰리즘입니다. 그저 가려운데 긁어줬다는 정도라고만 생각합니다.”
- 현실정치에도 관심이 있나요? 국회 상황이라던가…
“경제를 공부하다 보면 정치를 별도 문제로 삼을 수는 없겠죠. 경기부양 자체도 정부 주도형이고 다 정치적인 논리니까. 정치적 의도가 안 들어가면 경제사이클이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에 있어 정치논리가 더 많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 정부기관에서 이메일 등으로 경고를 받았다고 했는데 국정원에서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럴 것으로 봅니다.”
- 이름은 얘기할 수 없나요?
‘이니셜이 K라는 것 정도만…”
- 매경이 이야기 한 증권사 경력 50대는?
“지금은 연락이 안 되는 분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요.”
- 멤버 중에는 여성도 있나요?
“멤버 중에는 있는데 글을 쓰는 분은 아니고 글을 작성하는데 조언을 하는 정도입니다.”
- 멤버 7명이 모두 글을 썼나요?
“내가 주로 메인으로 했고, 파트별로 나뉘는 식입니다. 신문사에도 데스크 있어서 기사 내용을 삭제도 하고 첨가도 하고 그렇지 않은가요. 우리도 비슷합니다.”
- 파트는 어떻게 나뉘나?
“나는 주로 해외담당, 수출입이라든지 거시지표, 다른 분은 국제금융상품, 국내외 부동산 동향 전문가도 있습니다. 크게 외환, 부동산, 주식, 채권 등 4개로 나뉩니다. 큰 맥락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 글 작성은 어디서 했나요?
“글을 쓰는 특정 장소가 있습니다. 멤버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이죠. PC 방에선 글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항상 고정IP로 올렸구요. 위치가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피시방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특정 장소에 꼭 모였다기 보다는 IP를 그쪽으로 변경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고, 나는 그 장소에서 주로 올렸습니다. 거의 그 곳에 있다시피 하니까요.”
- 그 장소는 강남인가요?
“예전에 제가 주로 활동하던 곳은 여의도였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말 못하겠습니다. 멤버들과는 근거리에서는 자주 만납니다.”
- 박대성을 구속한 검찰에 할 말이 있다면…
“검찰이 미네르바와 관련된 사실을 왜곡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나도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대응을 준비하겠습니다. 박대성씨가 12월 29일 올린 글과 관련해서도 한 마디 한다면, 나와는 관련이 없는 글이지만 분명히 강만수 장관은 외화유동성에 대한 것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 일이 있고 금융기관에 지시를 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정부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며 박대성씨를 구속한 것은 잘못입니다.”
- 혹시 경제변수 중 하나인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의견이 있나요?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위기가 왔을 때, 미국은 한 발 물러날 것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절대 폐쇄하면 안 됩니다. 제가 제기한 3월 위기설의 원인 중 하나는 북한 변수였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봅니다. 북한은 그동안 외화의 90% 이상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으로 벌어 들였는데 그게 막힌 겁니다. 위기에 빠지면 북한은 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이 벌어지면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를 안 도와줄 공산이 큽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을 돕는 것을 퍼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요?
“한국이 7대 강국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 마디로 ‘개 같은 얘기다’라고 생각합니다. 한 외신기자가 제게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당신의 나라는 한 마디로 독재다. 상명하복 구조의 나라다. 예측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쓰레기 나라다.’ 주가가 10월 이후로 하락을 했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연기금을 주식에 투입해 주가방어 하라고 지시하는 나라입니다. 원칙도 없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경제정책이 만들어집니다. 만약 그 때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고 시장기능에 맡겼다면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로 봤을 때 종합지수는 내 예측대로 500까지 갔을 겁니다.”
- 아고라에 올린 글은 모두 보관하고 있나요?
“글을 써서 올린 뒤엔 다 지웁니다. 그걸 백업 시켜 놓은 게 있으면 내가 미네르바 라는 증거로 내놓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에 컴퓨터 복구도 시도해 봤는데 잘 안됐습니다. 내가 나의 주장을 담은 글을 올린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 검찰에 대해 할말이 있나?
“하고 싶은 얘기 많죠. 날 새도 다 못합니다. 정부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검찰이 글을 써 달라고 하면 써줄 수도 있습니다. 작은 나라에서 우파 좌파로 나뉘고 검찰이 권력에 빌붙어서 사실을 가리는 게 가슴 아픕니다. 내가 아니라도, 아니 누굴 사주해서라도, 다른 아이피를 사용하더라도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 재무컨설팅을 한다고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자산관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관리하는 자금의 규모는 말하기는 힘들지만 수십억 수준은 아닙니다.”
- 이번 신동아 인터뷰 후에 외국에 나가 있겠다는 입장을 보인바 있는데…
“지금이라도 외국으로 나가야 하나 고민입니다.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답답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부분을 이해해 주세요.”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
- 건강은? 글을 보면 일본어를 잘 하는 것 같은데…
“11월 말에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가 나왔습니다. 일본어는 잘 못합니다. 한자를 보면 읽는 정도입니다. 멤버 중에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 박대성은 누구?
“그건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죠. 그 사람은 혹시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 지금까지 총 몇 편의 글을 썼는지 기억하나요?
“500개가 조금 넘는 것 같은데 세어 보진 않았습니다.”
-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신동아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책임감도 있고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멤버들은 오프라인에서도 만납니까?
“네, 많이 만났습니다.”
“검찰 수뇌부에서 하고 있는 걸 보니 손자병법에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라는 말이 있듯이 공격을 하고 보자, 그렇다고 해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생각입니다.”